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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오락실의 시대 - Part 2. 초창기 오락실의 시대 본문

1980년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조금씩 오락실이라는 곳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적어도 내 기억으로는 1982년 전후로 해서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거 같은데(물론 내가 살던 대구 서구 기준이다.) 이후 정말 동네마다 하나씩 생겨나는 수준은 아니었고, 나름 그 지역의 상가 밀집지역에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이 시기 우리집은 그 상가 지역에서 식당을 시작했고, 그 식당이 있던 건물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오락실이 하나 생겼다.
학교를 다녀와도 아직 해가 쨍하게 떠있던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TV라는 게 아직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하지도 않았던 시절이니, 맞벌이 부부의 외동아들이 했던 건 하릴없이 동네 온갖 곳을 쑤시고 다니는 것이었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게 바로 오락실이다. 외부에는 '지능개발실'이라는 지금와서 생각하면 되도않은 타이틀이 달려있던 곳이었다. 뭐 호기심으로 들어간 결과는 처음 만난 신세계...

당연히 직접 플레이할 돈도 없던 시저, 플레이하는 어른들 어깨 너머로 처음 본 게임은 '팩맨'이었다. 찾아보니 출시연도가 1980년. 생각해보면 본토에서 출시된 것과 큰 시차가 없이 국내에 들어왔던 것 같다. 누가봐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순한 규칙에 쫓아오는 빌런들로 아슬아슬했던 게임이지만, 내가 직접 플레이할 수 있던 시기와 타이밍이 맞지 않아 직접 플레이했던 기억은 거의 없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스크램블'. 1981년에 출시된 게임이라고 한다. 화면은 아래위로 긴데 횡으로 스크롤되는 게임으로 아래에서 발사되는 미사일 등을 피하고 적들을 격파하는 게임이다.

'문 패트롤'은 1982년 출시된 게임. 횡스크롤로 움직이는 무장 자동차가 점프로 장애물을 피하고 총알로 적들을 격파하는 게임으로, 점프로 장애물을 피하는 타이밍이 꽤나 어려웠던 게임이다. 이 게임부터 나는 간혹 생기는 동전을 들고 오락실로 가서 직접 플레이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단연코 오락실의 최대 히트작은 '갤러그'이다. 출시연도는 1981년. 처음으로 오락실 기계에 줄을 서는 걸 목격하게 만든 게임기이다. 인기가 엄청나게 많아서 줄을 서는 것을 목격한 주인이 동일한 게임기를 여러대 들여놓는 경우도 있었다. 쉽지 않은 난이도지만 경쾌한 음악 및 효과음과 더불어 주역 기체가 납치되고, 다시 되찾으면 총알이 2개씩 나가는 기체로 합체하는 설정도 참신했다. 이 게임은 히트작이면서도 스테디셀러라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오락실에 한 대씩 정도는 남아있었다.

'너구리'는 그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던 갤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인기게임이다. 특유의 BGM과 효과음이 기억에 인상깊은 게임인데, 개인적으로는 사다리에 올라간 뒤 난간에서 점프하는 걸 잘 못해서 그다지 자주 하지는 않던 게임이다.

'뽀빠이'는 1982년 출시된 게임으로, 내 기억으로는 그렇게 크게 인기를 끌던 게임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뽀빠이'라는 만화가 꽤나 인기가 있었고 정기적으로 방영이 되던 시기라서 눈길을 끌던 게임이다. 악역인 '부루터스'를 피해 올리브에게 도달해야 하는 구조로, 시금치 아이템을 먹으면 쫓아오던 부루터스를 왕펀치로 날려버릴 수 있었던 설정이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아케이드 게임의 인기가 죽죽 올라가던 시절, 정규(?) 오락실이 아니라 문방구에도 돈냄새를 맡은 주인들에 의해서 게임기계가 들어사기 시작했다. 좁은 문방구 특성 상 게임기계 자체가 작았는데, 생각해보면 이런 수요에 대응하여 게임기계를 제작하는 생태계가 만들어졌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방구차'는 그 문방구 오락실에서 자주 했던 게임이다. 1980년에 출시된 게임으로 원래 제목은 'Rall X'이지만 우리는 모두가 다 이 게임을 '방구차'라고 불렀다. 오락실 주인 아저씨도 종이에 그렇게 적어서 붙여 놓았었다. 미로를 따라 추격하는 적 차량을 따돌리고 깃발을 모두 먹어야 하는 설정으로, 기본적으로 쫓아오는 적 차량이 더 빠르기 때문에 종종 차량 뒤로 연기를 내뿜어 적 차량을 기절(?)시키고 도망가야 하는 게임이다.

'동키콩' 역시 그렇게 문방구 오락실에서 만난 게임. 1981년에 나온 게임으로 슈퍼마리오로 유명한 '마리오'가 이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역사적인 게임이라고 한다. 그 마리오가 그 마리오였다는 걸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나서 보니 그 마리오가 맞다. 위에서 동키콩이 굴려대는 술통을 뛰어 넘거나 진행 과정 중에 획득하는 망치 아이템으로 부수면서 최상단에 도착해야 하는 게임으로 빠르게 굴러내려오는 다수의 술통을 피해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억에 남는 건 첫번 째 스테이지의 2번째 난간 오른쪽 끝에서 더 오른쪽으로 점프하면 그 스테이지를 통과하게 된다는 이스터 에그, 또는 버그. 우리는 이걸 '타임머신'이라고 불렀다.

문방구 오락실에 있던 '버거타임'은 1982년에 출시된 게임으로 요리사 주인공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고 좌우로 이동하면서 쌓여진 햄버거 재료들을 최하단으로 떨어뜨려 햄버거를 완성시켜야 하는 게임이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비주얼이 별로이기도 하고 난이도가 쉬운 게 아니어서 그다지 자주 했던 게임은 아니다. 주인 아저씨가 써붙였던 제목은 '햄버거'.

'푸얀'은 1982년 출시된 게임인데, 문방구 오락실에서는 '아기돼지 삼형제'라고 붙여놓았었다. 엄마 돼지가 리프트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집에 있는 아기돼지 2마리를 노리는 늑대들을 화살로 해치우는 방식. 귀여운 느낌이 강하고 액션성이 다소 약한 게임이라 그닥 선호하지는 않았다.

1980년대 중반에 가까와지면서 오락실에 놓여지는 게임들의 종류가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락실이 점점 늘어나면서 일본이나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들이 속속 유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챔피언 베이스볼'은 1983년에 출시된 게임인데, 당연하게도 당시 게임기 윗쪽에 붙어있던 종이에 써 있던 글자는 '야구'. 그래픽은 도트 그 자체가 조악했지만 야구를 게임으로 하게 된 최초의 게임이기도 하고, 당시 프로야구가 막 출범해서 한창 우리들에게 야구가 인기 종목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오락실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공수를 왔다갔다 하면서 수비일 경우 조이스틱으로 구속과 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수비에서도 어느 베이스로 던질 지를 선택하게 하는 등 게임 운영 설정에서도 지금의 야구 게임의 기초같은 게임일 거 같다.

1982년에 출시된 '정글 킹'은 보이는 비주얼대로 자연스럽게 '타잔'이라고 불렸던 게임이다. 사실 요즘 애들은 타잔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모를거라 생각되지만... 정글에 사는 타잔같은 주인공이 각종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게임인데, 초반의 줄타기부터 국민학생이 하기에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는 않은 난이도여서 그렇게 자주 했던 게임은 아니다.

'가라데 챔프' 역시 당연하게도 '태권도'라는 종이가 붙어있던 게임. 1982년 출시된 게임으로, 태권도라고 붙어있었지만 게임 속에 버젓이 일장기가 나부끼는터라 당연히 태권도 게임이 아닌 게 대번 뽀록이 나던 게임이다. 독특한 것은 버튼이 없고 두 개의 조이스틱의 좌우상하 조합으로 주인공의 이동 및 공격, 방어를 콘트롤하는 방식인데, 이게 쉽지가 않아서 역시나 그렇게 자주 했던 게임이 아니지만, 그 독특함이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임이다.

'엑세리온'은 1983년에 출시된 게임인데, 우리는 이걸 '엑스리온'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갤러그 류의 슈팅게임인데, 배경이 입체적으로 움직여 마치 주인공 기체가 앞으로 전진하는 느낌을 계속 주고, 좌우 이동이 갤러그처럼 딱딱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속도가 붙는 스타일이어서 콘트롤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타임 파일럿'의 경우 엑스리온보다 한층 더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진화한 게임이다. 이 게임은 1982년 출시되어 엑스리온보다 한 해 더 이른 게임인데, 그래픽 수준이 더 낫고 무엇보다 주역 기체가 360도 사방에서 공격해오는 적 기체들을 역시 360도로 회전하면서 공격하여 처리한다는 인터페이스가 신선했던 게임이다.

1983년에 출시된 '엘리베이터 액션'은 당시 가장 흥미진진했던 게임 인터페이스의 게임이었다. 밧줄을 걸어 옥상으로 침투한 스파이로 보이는 주인공이 쫓아오는 적들을 피해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여 특정 방에 있는 문서를 탈취한 뒤 최하층으로 도망쳐야 하는 게임이다. 인상깊었던 건 엘리베이터를 잘못 탑승할 경우 엘리베이터 상단부와 천장, 또는 바닥과 건물 바닥 사이에 끼어 압사당할 수 있다는 점. 당시 국민학생에게 엘리베이터의 위험성을 잘 알려준 게임이다.

'폴 포지션'은 1982년에 출시된 게임이나, 실제로 오락실에서 목격한 건 1984년 전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핸들과 엑셀, 브레이크, 기어가 달린 게임기를 처음 목격하게 된 게임으로, 입체처럼 보이는 트랙을 달리는 게임이었는데, 핸들이 가볍디 가벼워서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고 타임어택 방식이라 국민학생이 흥미삼아 한 두번 한 뒤 계속 하기에는 무리가 있던 동전 잡아먹는 귀신같은 게임이었다.

1983년 출시된 '제비우스'는 내 기준으로는 오락실 초창기 시절의 마지막과도 같이 기억되는 게임이다. 이 게임부터 개인적으로 그래픽이 진일보하는 느낌을 주었던 게임으로, 게임 방식은 갤러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래픽이 훨씬 나은 수준이었고, 공중의 상대와 지상의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체계가 따로 되어 있었던 것이 큰 특징이었는데, 이 특징이 이 게임의 역사적 의미라고 한다.
대략 이 시기를 지나서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오락실은 보편화의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이제는 번화한 상가가 아니라 동네 주택가의 골목골목마다 오락실이 들어서는 시대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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