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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일기

어깨동무 VS 새소년

반환점 통과자 2026. 5. 8. 09:36

지금은 아이들의 엔터테인먼트가 전자기기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과 게임에 몰빵이 되어 있지만, 80년대만 하더라도 텍스트와 이미지 기반의 매체가 거의 대등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물론 매체 자체의 파워는 영상물이 더 강력하긴 했다. 아마도 그 강력함은 영상물의 콘텐츠 품질보다는 매체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의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반복적인 접촉을 할 수 없다는 특징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당장 너 만화영화 볼래 만화책 볼래라고 물으면 당연히 만화영화를 선택하는 이유는 VHS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만화영화를 본다는 것은 그냥 스트리밍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돌려보는 것도 안되고 나중에 보는 것도 안되는 환경에서 집중도가 남다를 수 밖에. 만화책을 포함한 출판물의 경우는 덮어 두었다가 나중에 봐도 되고 다시 볼 수도 있는 특징이 아마 열광과 집착의 강도를 다르게 만들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쇄매체의 강력함은 바로 그러한 인쇄물의 특징에 있었다. 일단 성인에 비해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민학생 입장에서 정보를 한 번에 저장하기는 무리였을테니, 반복적인 인쇄매체가 더 가치있는 경우도 많았으리라.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는 한 번 읽은 책을 여러번 반복해서 읽는 경우도 많았는데, 아마도 그건 어린이 특성 상 한 번 읽어서 이해가 되거나 기억이 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반복해서 또 보고 또 보고 하던 인쇄물 중, 적어도 내게 있어서 베스트는 두 종류의 잡지였다. 어깨동무와 새소년.

처음 접한 것은 어깨동무였다. 아마도 서점에서 엄마가 사주신 걸로 기억이 되는데, 사달라고 꽤나 졸랐던 것 같다. 사진의 표지만 보더라도 느껴지겠지만 어린이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점 기준으로 부모가 사주기에는 꽤나 애매한 타이틀이 몇 가지 보이기는 한다. 엄마 입장에서는 이게 뭐가 재밌겠냐는 어른 기준의 관점과 이게 애들이 보는 잡지이긴 한 거 같은데 내용이...음... 하는 것들일 것이다.

잡지의 구성은 전체적으로 약 200페이지 정도의 면수로 초반에는 컬러로 인쇄된 여러가지 토픽들이 후반부보다는 좀 더 자극적으로 편집되어 있었고, 후반부에는 텍스트와 삽화, 사진 등으로 구성된 흑백 인쇄 구성이었다. 전반부 컬러 파트에서는 아이들에게 핫한 연예인 인터뷰와 뉴스, 세계의 괴담이나 심령현상, UFO 등의 자극적인 내용 중심이었고, 후반부 흑백 파트는 단편 동화나 학습과 관련된 내용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연히 후반부로 넘어가면 조금 심드렁해지는 구조.

기억하기로는 꽤나 두꺼운 구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게 뒤로 갈 수록 두께가 점점 늘어갔던 걸로 기억한다. 두께가 점점 늘어났던 이유는 대략 83~4년 정도 처음 이 잡지를 접했던 때에 비해 80년대 중반으로 넘어서면서 연재만화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분야의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을 올리려는 일종의 방책이었을 것인데, 이러한 경쟁 구도는 바로 라이벌 어린이 잡지인 '새소년'의 존재 때문이다.

 

새소년은 항상 서점에도 어깨동무와 나란히 비치된 잡지였다. 그래서 항상 두 권 다를 살 수 없었던 상황에서 국민학생의 결정장애를 자아내는 존재였다. 물론 어깨동무와 새소년 말고도 소년중앙같은 다른 잡지도 있었던 것 같지만 사실 아웃오브안중이었다. 그만큼 두 잡지의 콘텐츠가 다른 것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퀄리티가 좋았다.(물론 국민학생 시점의 흥미 위주로...)

개인적으로 나는 어깨동무보다 새소년을 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새소년은 어깨동무보다 월등하게 '덜 교육적'이었다.^^ 어깨동무보다 더 자극적인 토픽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삽입된 연재만화의 양이 어깨동무보다 많았다. 때로는 본권이 아니라 아예 별책부록으로 따로 만화만으로 구성된 책을 주는 경우도 많았다. 아마도 이게 어깨동무의 만화 연재량이 늘어나는 경쟁의 계기가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새소년의 경우 잡지를 사면 끼워주는 사은품들이 가끔 있었는데, 지금와서 보면 어른 시점에서는 쓰잘데기 없는 잡동사니에 불과하지만 당시에는 잡지가 아니라 사은품에 더 눈이 가는 경우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스네이크 큐브. 나는 이 스네이크 큐브가 정말 가지고 싶었지만 하필 그 때는 엄마의 강력한 안돼!에 부딪혀 좌절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나중에 찾아보니 어깨동무의 발행처는 '육영재단'. 애초에 국립, 아니 '왕립'재단에 가까운, 국가기관에 가까운 곳이었으니 민간 출판사와 자극성 콘텐츠로 경쟁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리라.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당시 육영재단 이사장은 무려 박근혜...

이 두 잡지의 치열한 대결은 개인적으로는 새소년에 기울었지만, 이후 한동안 계속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두 잡지의 대결은 갑자기 등장한 제3의 존재로 양쪽 모두 괴멸의 위기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