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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극장의 첫경험

반환점 통과자 2026. 5. 7. 19:43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고, 지금 시절도 별반 다를바가 없겠지만, 국민학생이던 어린 시절 집착적으로 환호했던 콘텐츠 1순위는 영상물이었다. 분식집 비디오도 그렇지만, 명절 때마다 TV에 특별하게 방영되던 각종 특집 만화영화나 특선영화들은 신문에서 방영시간표를 오려서 외우고 다닐만큼 집착했었다. 사실 지금이나 그때나 영상물이라는 건 가장 최고의, 최선의 엔터테인먼트 수단이니까..

지금이야 OTT 서비스 때문에 한물 간 느낌이 있지만, 적어도 그 당시 그러한 영상물의 끝판왕은 단연 극장 상영 영화였다. 80년대 TV래봤자 14인치의 작은 화면의, 그것도 상당수 가정은 여전히 흑백TV에다가 UHF 수신기능도 없어 KBS2 채널은 보지도 못하는 TV도 많았던 시절이다.(이 말 자체를 요즘에는 아예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거 같다.)

가만히 나의 첫 극장에서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 생각해보는데, 조금 헷갈린다. 대충 세 개의 영화가 떠오르는데, 기억만으로는 무엇이 과연 첫 영화였는지 알 수가 없다. 후보인 세 영화는 성룡 주연의 '소권괴초'와 '비도권운산', 그리고 '슈퍼맨2'이다. 당연히 순서가 무엇인지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으니 인터넷으로 기록을 찾아볼 수 밖에...

세 영화의 한국 개봉일을 검색해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내 인생에서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는 아마도 성룡 주연의 '소권괴초'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후 약 20년간 한국 극장가와 내 인생의 영화관람기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한 성룡 주연의 첫 영화였던 거 같다. 한국 극장 개봉시기는 1981년 2월로 나타나는데, 사실 서울 외 지역의 개봉일은 서울과 차이가 좀 나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 아마도 성룡 영화 특성 상 부모님과 함께 보러갔을 것이다. 근데 극장이 기억이 잘 안난다...

스토리가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략적으로는 기억이 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그냥 단순 그 자체이기 때문인 거 같다. 찌질하고 약한 부잣집 자식(성룡)이 가문을 몰락시키고 부모님을 해친 악당에게 고난의 수련을 거쳐 통쾌하게 복수한다...이게 다이다. 기억해보면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스토리보다는 대략 이 시기부터 시작되었던 성룡의 코믹스러운 연기와 액션 때문이었던 거 같다. 이때부터 성룡은 멋있다기보다는 재미있고 웃기는 홍콩 액션배우의 이미지가 되어갔던 것 같다.

 후보작 중 나머지 두 영화는 순서를 가리기 힘들었다. 두 영화 모두 한국 극장 개봉시기가 1981년 8월로 나오는데, 앞서 말했다시피 지방인터라 어느 것이 먼저 개봉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이 힘들다.

어쨌거나 기억의 찐함으로 정렬을 해보면 두 번째 영화는 역시 성룡 주연의 '비도권운산'이다.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당시에는, 그리고 이후로도 한참동안 접하기 힘들었던 3D 입체영화였기 때문이다. 극장에 입장할 때 관람객들에게 종이와 셀로판지로 구성된 안경을 나눠주었고, 그 안경을 쓰고 영화를 보면 진짜로 입체로 영화가 보였다! 이 효과를 위해서 의도적으로 영화를 만든 것으로 생각되는데,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장면들이 갑자기 뱀이 관객쪽으로(정확하게 얘기하면 카메라쪽으로) 튀어나온다던가, 배우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카메라를 향해 내뻗는다던가, 절벽 위에서 굴려대는 바위들이 카메라를 향해 떨어진다던가 등의 입체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연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성룡은 이전에 보았던 소권괴초와는 달리 꽤나 진지한 역할로 나왔었고, 영화 전반적인 내용도 진지하게 진행되는 내용이었다. 물론 자세한 스토리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무슨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한 무리가 구성되고, 성룡은 그 미션 수행을 위해 합류하는 실력있는 용병(?) 정도였던 설정의 기억만 남아있다. 입체영화의 기억이 선명해서인지 극장도 대구 아세아극장인 것으로 정확하게 기억이 난다.

 

마지막 영화는 슈퍼맨2이다. 뭐 이 영화는 워낙 전작과 더불어 글로벌하게 유명한 영화라서 자세한 설명은 필요없을 거 같고, 한국 개봉시기가 역시 1981년 8월이다. 당시에는 학생들의 방학시즌에 맞춰서 대작들이 개봉을 많이 했던터라 동시기에 대부분의 영화들이 동시에 개봉을 했던 거 같다.

영화의 전반적인 수준은 단연코 이 영화가 제일이었던 거 같다. 뭐 지금이나 그때나 헐리우드 자본을 따라갈 수가 있을리가 만무하고, 이 슈퍼맨 속편은 1편의 폭발적인 흥행을 발판삼아 더욱 화려해지고 스케일이 커진 내용이었으니까. 그런데 사실 난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편을 보지 못했었다. 1편은 아마 이후에 TV에 방영되는 명절 특선영화 등을 통해 보게 되었던 거 같다. 이 영화는 막내삼촌과 함께 대구 한일극장에서 본 것으로 기억하고, 초반부의 진 해크먼(렉스 루터)이 탈옥하는 장면이나, 조드 장군 일파와의 도심 혈투 장면, 슈퍼맨이 보통 사람이 되고 싶어 스스로 초능력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가 어느 식당에서 불량배들에게 흠씬 두드려맞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초능력을 상실하기를 강요당하는 상황에서 기지의 해당 기능을 반전(?)시켜 조드 장군 일파를 모두 일반인으로 만들어버리고 로이스 레인이 일반인이 된 악당 여자의 아구창을 날려 해치워 버리는 장면들이 인상깊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