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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ghbours

반환점 통과자 2026. 5. 26. 09:47

국민학교에 입학하기 전, 대략 6세에서 7세 정도의 시기, 연도로 따지면 1980년에서 1981년 사이의 시기에 나는 어린 백수 그 자체였다. 6살 때 유치원에 1년 다니기는 했지만 7살 때에는 유치원도 다니지 않았고, 때마침 그 시기 엄마는 나를 집에 두고 어디에 다니기 시작하셨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 때 엄마는 식당 창업을 준비하느라 요리학원에 다니셨다고 한다.

여하튼 아침밥을 먹고난 뒤 아빠가 출근하고, 엄마도 어디에 나간 뒤 저녁 시간때까지 나는 거의 하루종일을 혼자서 지내야 했는데, 그나마 든든했던 건 엄마가 매일마다 주던 백원짜리 하나였다. 당시에 백원이면 국민학교도 입학하기 전엔 내게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사탕 하나가 십원 할 때였으니 백원이면 사탕 하나 사먹고, 동네 문방구에 파는 종이 딱지 한 판도 살 수 있었다.(50원)

당연히 하루종일 하는 일은 동네 쏘다니기. 당시 살던 동네는 대구직할시 동구 신천동이었는데, 지금은 동네 전체가 이편한세상 아파트 단지가 된 곳이 주 무대였다. 그렇게 쏘다니다 보면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이벤트에 끼어들 때도 있었는데, 그 이벤트 중 하나가 동네 언덕 위에 있는 교회에서 보여준 영화였다. 자세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충 동네를 쏘다니는 아이를 붙잡아 너 영화 볼래?라는 권유가 있었을 터이다.

기억상으로 보았던 장소가 교회였다는 건 기억이 나지만 장소와 교회가 잘 매칭이 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 영화를 보았던 장소의 기억은 교회 예배당이 아니라 그냥 분식점 같은 장소였던 것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니...
여하튼 그렇게 보게된 영화는 역시나 80년대 초반 특성 상 필름이 꽂혀 돌아가는 영사기로 상영이 되었다.

이 영화 자체는 기억에 깊이 남아있긴 하지만, 이 영화를 볼 당시에도 제목이 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그냥 공짜로 영화를 보여준다니 그 장소에 왔을 뿐이고 영화 내용만 깊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어서, 사실 최근까지도 이 영화의 제목도 알 수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대략의 영화 내용을 검색해서 찾은 영화 제목은 'Neighbours'. 국민학교 입학 전이던 아이가 기억할 수 있는 제목은 아닌게 당연하지만, 내용과 제목은 적절하게 일치한다.

이 영화는 8분짜리의 짧은 단편영화이다. 1952년에 노먼 맥라렌이라는 영국계 캐나다 감독이 만든 영화로, 서로 인접해서 살고 있던 두 남자가 두 집 사이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두고 서로 감동하다가, 그 꽃의 소유권을 두고 선을 긋고 담을 치다가 결국에는 서로 치고받고를 거듭하다가 서로의 집과 가정까지 다 박살낸 뒤 서로 차지하겠다고 탐을 내던 그 꽃마저 다 짓밟아버리는 파국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처음 보았던 45년 전의 시점부터 지금까지 깊은 인상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AI와 유튜브의 도움으로 제목과 영상까지 다시 확인할 수 있으니 감개가 무량하긴 하다. 기억에는 흑백영화였던 걸로 남아있는데 다시 보니 컬러영화였던 것도 신기하다. 아마도 옛날에 보던 그 시기에도 더 옛날 영화였다라는 사실이 기억을 각색시켰지 않나 싶다. 아주 오래된 마이너 고전 영화이긴 하지만 내용은 시대를 관통하여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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